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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27. 13:43 from 카테고리 없음

우리 사이의 침묵이 이심저심이며, 믿음이고 위로였기에,에 담긴 수많은 의미를 짐작하면서, 슬픔을 잠식시키고 있다.

노회찬이 생을 마감했다.

한 때 나의 스타였으며, 우리당의 대표였으며, 자랑이었던 노회찬이 생을 마감했다.

거짓말같던 기사를 차마 클릭하지 못하고, 차마 슬퍼하지도 못하고, 차마 울지도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엊그제 엄마와 통화하는데 아빠랑 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내 직장은 이제 어쩌며, 내가 괜찮은지 걱정이라고.

부모님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말씀을 안드리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짐작 하시나보다. 나는 지금 당적을 떠났기에 그리고 노회찬과 당적이 같지 않았던 시간이 이젠 더 긴데도 부모님은 모르셨다. 이젠 나도 헷갈리는 진보정당이 우리 부모님이 어찌알겠나. 그러는동안 노회찬은 어떤 결의와 심정으로 내일을 희망하며 살아왔을까. 부모님에게 내가 얼마나 노회찬 심상정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지, 이제는 까마득한데, 오히려 미워했던 기간이 더 길지도 모르는데, 부모님은 계속 같은 당에 내가 있는 줄 아셨나보다. 부러 나쁜 말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모르실 수 밖에 없겠지만.

모든 것은 분명 지나가겠지만, 지금은 가슴 한 구석이 자꾸 아리다. 진보정당 당원인 게 자랑스러웠던 순간들과 너무 멀어지는동안,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얼마나 큰 꿈을 꾸며 좌절했을까. 미안하거나, 죄책감이 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같은 당 안에서 지지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나 후회되는 감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인생과 역사에 목이 메인다. 아니다, 아니 모르겠다, 힘들다...나보다 더 힘들, 더 아픈 사람들이 떠오르며, 힘겹다. 이제 더는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살면서 너무 많은 죄를 짓고 살았다.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

정리

2017. 2. 12. 18:03 from 카테고리 없음

일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부터 홀가분했다. 마음 속을 짓누르는 모든 무게가 가볍게 훨훨 날아간 거 같다. 정말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서 정리하면 분명 욕을 먹는 일이므로. 

인생은 선빵인데 내가 제일 늦었다 ㅋㅋ

그래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너무 웃음이 나고 즐겁다. 마음이 평온하고, 정말 행복하다...여유롭고 기분이 좋다. 오늘만 지나면 일요일에 나오는 일도 당분간 없겠지. 첫 보고대회 발표라 긴장되지만, 끝내 잘할거라는 믿음으로 괜찮다. 이런 믿음이 얼마만인지...엊그제는 내 성향과 성정이 쎈 일은 못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억울했고 분했다. 일이 맡겨졌을 때 일에 지고 싶지 않은데,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재단받는 게 너무 분했다. 그런데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증명해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반드시 증명해내겠다는 오기가 사라졌다. 정말, 활동을 정리할 예정이기에. 2년전만 됐어도, 웃으면서 어떻게 평가하든 나는 반드시 일을 해낸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을텐데. 언제가됐든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평가가 그러하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그 평가를 증명하고, 이제 떠날 일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나는 소소하고 아주 소소하게 작은 일에 한없이 기뻐하며, 최대한 대면하지 않고 혼자서 즐겁게 살테니까. 내 꿈은 이런 소소함을 반려자와 시시콜콜 함께하며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것이었는데...그래도 최대한 함께하며 살아야지,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

숨고싶다.

2017. 2. 5. 17:09 from 카테고리 없음

비오는 일요일. 일이 끝나지 않아 사무실에 앉아있다. 3개월째다. 쉬는 날이 없으니 요일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다. 화요일이었가, 수요일이었던가, 어제였던가, 지난주였던가. 일이 넘쳐나는 걸 싫어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있다는 게 감사했다. 점점 할 수 없는 일만 느는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작년부터, 온갖 불행이 내게 오는 거 같았다. 모두가 싫고, 밉고, 피하고 싶고, 반갑지 않고, 나빠보이고, 

분명 화를 낼텐데 라던가, 매사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던가, 나쁜 상상만 한다는 평가를 받기 일수였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본래 나는 밝고, 본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살고 싶어했고, 본래 나는 그 와중에 낙천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고, 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므로. 이제 나는 매사 부정적이고 걸핏하면 화를 내고, 분노를 참지 못해 터뜨리고, 큰소리도 내며, 비관적인 상상만 일삼으니까. 이런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좀 더 여유로와지고, 웃으며 넘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방구석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 누구하고도 대면하지 않고 구석에만 있고 싶다.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 같고, 그리고 너무 비참하다.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살아온건지, 내 어디가 잘못된건지...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