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몽골에 다녀왔다. 6박 7일로. 작년에 이어 두번째였다. 작년에 아르항가이를 비롯해 쳉헤르 온천에 갔는데 올해는 홉스골에 다녀왔다.
애초 예정은 국제선을 타고 울란바타르에 도착해서 하룻밤 묵은 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홉스골에 가는 거였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행사에선 출발 2일전까지 홉스골에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고, 대안으로 차량으로 이동했다. 여행사는 최선을 다해 우리의 편의를 위해 애써주었고,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즐겁게 여행할 만발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가기 전에 강정에서 평화대행진에 참석했는데 그 여파로 감기몸살에 된통 걸려, 여행 내내 작은 일에도 짜증이 튀어나와서 그게 좀 곤란했다. 예전이라면 웃고 넘길 일에 자꾸 왜 이렇게 운이 없냐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어쨌든 차량으로 이동하며 비행기로 이동했으면 보지 못했을 광경들이 우리를 흥분시켰다. 물론 그만큼 몸이 고되기도 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다르한, 에르덴트를 거쳐 홉스골로 향했다. 가는 길이 예정보다 계속 길어졌고, 애초 계획과 달리 중간중간에 도시에 들려 구경하지는 못했다. 쉬지 않고 달려도 하루에 12시간씩 도로에서 허비해야했다. 그러나 정말 다행이도, 몽골의 도로는 광활한 초원을 담고 있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자연 안에 내가 있다는 게 그토록 벅차게 하는 일이라니. 상상만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러시아 초원을 달릴 때도 그랬다. 드럽은 초원에서 내가 가진 문제들이 얼마나 사사롭게 느껴졌던지, 우주 속에 내가 있는 기분. 그 기분이 좀 더 구체화된 몽골. 몽골여행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2차선 도로로만 이어지는 뻔한 길에서, 어쩜 이리 다양한 초원을, 마음을, 하늘을, 담고 있을까. 그 자연이 바로 내 곁에 있는 기분.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몽골의 축복은 초원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늘보다 별이 더 많았던 밤하늘. 대형의 은하수. 곧잘 떨어지는 별똥별. 그저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데, 왜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나는지, 도무지 낯선 일이다. 매일밤, 침낭을 가지고 나가 초원에 누워 별을 보았다. 한시간 두시간씩 보아도 지루하기는 커녕 점점 더 즐거워지기만 했다. 몽골여행은 정말 내게 축복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내내, 초원과 밤하늘과, 하늘과 호수에 감격할수록, 이 자연이 몽골인에게 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이 충만한 마음과 더불어, 아무 자원도 없는 척박한 자연. 몽골마트에 가면, 자원이 없는 나라가 생활에 제공하는 물품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이 자연은 축복일까, 불편일까. 우리가 환호하는 이 자연이 몽골인에겐 어떻게 다가올까.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택한 유목의 생활이 자본이 점령한 이 시대에 어떻게 해석될까, 유지될까. 싶어 마음이 내내 복잡했다. 이 자연에 환호하는 내가 과연 건강한 일인지도. 몽골의 자연이 유지되길 바라는 건, 자연을 소비하기 위한 나를 위해서가 아닌지. 그리고 한국이 자원이 참 많은 나라나는 것도 배운다. 풍요로운 국가에서 태어나 자랐구나,는 감사한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 다시 또 몽골에 찾아가고, 여전히 몽골의 대자연에 감격하고, 그리고 또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오겠지.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예상에 벗어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