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진다.

2015. 10. 6. 12:30 from 카테고리 없음

살아간다 보다 살아진다가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결혼에 있어서. 아니, 나이에 따라, 삶에 대해서. 그렇지 않을까, 않은가, 그럴까. 삶을 낭비하면서, 삶을 살아간다는 게 부끄럽지만, 살아간다기보단 살아지는 삶을 살기에, 부끄러움조차 희석되고 만다. 거의 매일 집에 있으니, 정말 여유롭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잡담을 해도, 하루가 길다. 남은 생을 이렇게 보내고 싶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지는 채로. 무의미하게, 하지만 다시 일을 하면 또 달라지겠지.

내년 2월부터 일할 생각이다. 지역단체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었지만, 다른 방도도 없어보이고, 그냥 그렇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부부사이에 마찰이 생길까, 걱정이다. 너무 다시 서울로 가고 싶지 않을까. 어쩌면 계기가 될지도 모르지, 라고도 생각한다. 꼭 서울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보단, 여기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테지. 지금도 그런데. 


요새 유투브에서 음악을 듣는데, 7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음악을 많이 듣는다. 오태호를 비롯한 착한 음악이 나를 울렸다. 그 이전 시대의 음악을 기억하고 따라부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ㅎㅎ 그 시절 기억은 거의 없는데, 음악은 어디에 남아있었을까. 음악도 어딘가에서 살아진걸까.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