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2015. 10. 29. 13:41 from 카테고리 없음

매일을 소비하고 있다. 소모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이 충만하다. 이렇게 끝날 생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낭비된 꿈을 간직하기만 하는 삶. 나아가지 않는 삶에 만족하는 나에 대해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내 자신이 여기까지인걸, 어쩌겠나. 싶어서. 


요즘 낙은 수영배우기와 티벳 여행이다. 지난달부터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그래서 지난달과 이번달은 어디에도 가지 않고, 전주에 머물렀다. 물론 가까운 곳에 나들이 하긴 했지만. 움직이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나는 그래도 종종 운동학원을 수강하며, 수강한 즉시 수강을 포기하며 살았기에, 수영 등록을 해도 이번에도 실패할 거라 짐작했다. 20대 시절, 몇 번 수영학원에 등록했지만 번번이 좌절만 맛봤으므로. 물 속에 얼굴 넣는 일이 너무 어려웠으므로. 그럼에도 쉬는 동안 뭐라도 하나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해보자고도 다짐했다. 어쨌든, 평소 나와 달리 정말 열심히했고, 혼자서 진도에 뒤쳐져도 걱정하지 않았다. 이 정도가 어디냐고 정말 최선을 다한 내가 자랑스럽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 이상으로 욕심부르지 않고 성실히 임했더니, 어느 순간 킥판을 떼게 되었다. 남들보다 훨씬 진도는 느렸지만, 그 순간 나는 최고였다. 물에 뜰 수 있다니, 뜨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니, 팔과 손이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움직이다니. 감격했다. 불가능할 줄 알았기에, 그 날의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나서는 어딜 가서도 수영을 배워야지 하며, 돌아와 열심히 다닌다. 요샌 평영을 배운다. ㅎㅎ 물론 자유형도, 배영도 제대로는 못하지만 ㅋㅋ


그리고 얼마전부터 자꾸 남편이 쉴 때 티벳을 다녀오라고 부추겨, 우연히 sns에서 티벳여행 광고를 보고 바로 예약했다. 내년 새해는 티벳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설레고 기쁘다. 그래서 요새 티벳관련책을 여러권 빌려오고 있다. 거의 읽지 않지만-_-


암튼 오늘은 수영을 하고 책을 읽으며 남은 하루를 보내야지. 시한부 신선놀음의 행복이란 ㅎㅎ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