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2016. 10. 14. 11:29 from 카테고리 없음

우울이 가시질 않는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우울을 동반하고 있다. 즐거운 일이 많았는데, 신나게 시작하는 일도 있는데, 우울이 가시질 않는다.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그림자처럼 해만 나면 드러낸다. 잊을 수 없게, 놓칠 수 없게, 마냥 즐겁지 않게. 어쩌지, 우울이 가시질 않는다. 멀리 도망가서, 혼자있고, 싶다. 


어릴 때부터 방구석에서만 살고 싶었다. 딱히 꿈도 희망도 없이 쌀이나 축내면서 어디에도 쓸모없이 삶을 지탱하고 버티며, 누구하고도 대면하지 않고 몰래, 아주 몰래, 별 볼일 없이 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별볼일 없는 삶을 살지만, 그러니까, 이왕 별볼일 없는 삶을 살거라면 방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확인받지 못한 채, 고독에 힘겨워하면서, 쓸쓸함에 목놓아 울면서, 살고 싶었는데. 가진 거 없는 내게 무리한 꿈이었지. 먹고 살아야하니까, 사회에 내던져진채 살아야하는 시간은 왜 이리 많은가. 어디서부터 나는 잘못 살아왔을까.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