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싶다.

2017. 2. 5. 17:09 from 카테고리 없음

비오는 일요일. 일이 끝나지 않아 사무실에 앉아있다. 3개월째다. 쉬는 날이 없으니 요일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다. 화요일이었가, 수요일이었던가, 어제였던가, 지난주였던가. 일이 넘쳐나는 걸 싫어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있다는 게 감사했다. 점점 할 수 없는 일만 느는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작년부터, 온갖 불행이 내게 오는 거 같았다. 모두가 싫고, 밉고, 피하고 싶고, 반갑지 않고, 나빠보이고, 

분명 화를 낼텐데 라던가, 매사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던가, 나쁜 상상만 한다는 평가를 받기 일수였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본래 나는 밝고, 본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살고 싶어했고, 본래 나는 그 와중에 낙천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고, 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므로. 이제 나는 매사 부정적이고 걸핏하면 화를 내고, 분노를 참지 못해 터뜨리고, 큰소리도 내며, 비관적인 상상만 일삼으니까. 이런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좀 더 여유로와지고, 웃으며 넘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방구석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 누구하고도 대면하지 않고 구석에만 있고 싶다.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 같고, 그리고 너무 비참하다.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살아온건지, 내 어디가 잘못된건지...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