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2017. 2. 12. 18:03 from 카테고리 없음

일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부터 홀가분했다. 마음 속을 짓누르는 모든 무게가 가볍게 훨훨 날아간 거 같다. 정말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서 정리하면 분명 욕을 먹는 일이므로. 

인생은 선빵인데 내가 제일 늦었다 ㅋㅋ

그래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너무 웃음이 나고 즐겁다. 마음이 평온하고, 정말 행복하다...여유롭고 기분이 좋다. 오늘만 지나면 일요일에 나오는 일도 당분간 없겠지. 첫 보고대회 발표라 긴장되지만, 끝내 잘할거라는 믿음으로 괜찮다. 이런 믿음이 얼마만인지...엊그제는 내 성향과 성정이 쎈 일은 못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억울했고 분했다. 일이 맡겨졌을 때 일에 지고 싶지 않은데,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재단받는 게 너무 분했다. 그런데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증명해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반드시 증명해내겠다는 오기가 사라졌다. 정말, 활동을 정리할 예정이기에. 2년전만 됐어도, 웃으면서 어떻게 평가하든 나는 반드시 일을 해낸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을텐데. 언제가됐든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평가가 그러하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그 평가를 증명하고, 이제 떠날 일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나는 소소하고 아주 소소하게 작은 일에 한없이 기뻐하며, 최대한 대면하지 않고 혼자서 즐겁게 살테니까. 내 꿈은 이런 소소함을 반려자와 시시콜콜 함께하며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것이었는데...그래도 최대한 함께하며 살아야지,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