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과 도란도란 얘기 중에 남편이 내게 말했다. 남편을 딛고 홀로서기 하는거 아니냐고 였나, 하여튼 남편을 도구로 삼아 홀로서기 하려는 거 아니냐 뭐 그런 내용이었던 거 같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홀로서기라는 말이 귀에 박혔다. 물론 농담을 주고 받다 나온 말이므로 심각할 말도, 함의의 말도 아닐 거 같지만, 요즘 자주 홀로서기를 고민하고 있는 나로서는 움찔할 수 밖에.
제주도에 7박8일 여행을 다녀오고,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얼마나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절절히 깨달았다. 아주 오래 같이 사는 것을 지향했는데, 결국 이렇게 돌아오고 말았다. 혼자 살고 싶다. 고.
그래서 자꾸 떠나고 싶다. 혼자, 홀로, 어딘가로, 자유롭게, 속박당할일도 걱정할일도 부담스러운일도 책임질 일도 없이, 떠나고 싶다. 간단한 관계만 만들고 싶다. 영향을 주고 받아도 언제고 헤어질 수 있는 단순한 관계만 지향하고 싶다. 이미 결혼을 했는데.
큰일이다.
주말에 서울을 홀로 오가면서 그 시간이 얼마나 편안했던지.
이십대 후반에 홀로 떠난 여행에선 누군가 내 마음 속에 들어오는 일이, 그래서 함께 있는 일이 그토록 황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전의 삶을 부정하게됐는데 어째서 난 또 이렇게 되버린걸까.
지난주부터 거의 집에 있었다. 앞으로도 거의 집에 있고 싶다. 아무하고도 만나지 않고 누구하고도 대면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다. 저 너머로 소식을 들으며 살고 싶다.
파블로네루다의 시에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는 구절이 있다. 그 외로움은 고단이나 힘겨움이 아니라, 삶의 원천이나 편안함일 수 있다. 나는 터널처럼 외롭고, 나는 터널처럼 사람들을 지나보내고, 나는 터널처럼 홀로이고 싶다.
그리고 이 갈망이 이 순간만 남길, 바로 휘발되길 아쉽게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