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해.

2016. 11. 15. 14:28 from 카테고리 없음

지긋지긋한 우울이 가시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궁금한 것도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와중에 매일 터지는 일들을 감내하며, 바쁘게, 지독하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지만,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그동안 애써 감춰두었던 우울이 터져나와 온 몸을 지배한다. 누구와 함께 지내는 게 나와 맞지 않는 일인 걸, 진작 인정했어야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너무 고되고, 너무 나를 우울하게 한다는 걸, 어서 인정해야한다. 교감없는 삶이 훨씬 편했다는 걸 기억해야한다. 타인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도 수용해야한다. 그러니까, 그냥 다시 혼자이고 싶다. 상처받지 않게, 이 우울함이 당연히 내 것임을 이해할 수 있게, 아무 기대도, 애정도 없이, 그동안 너무 오래 함께사는 삶을 이어갔구나...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해시키고, 살아갈 수 있을까. 용기도 없고 비겁한, 내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산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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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2016. 10. 14. 11:29 from 카테고리 없음

우울이 가시질 않는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우울을 동반하고 있다. 즐거운 일이 많았는데, 신나게 시작하는 일도 있는데, 우울이 가시질 않는다.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그림자처럼 해만 나면 드러낸다. 잊을 수 없게, 놓칠 수 없게, 마냥 즐겁지 않게. 어쩌지, 우울이 가시질 않는다. 멀리 도망가서, 혼자있고, 싶다. 


어릴 때부터 방구석에서만 살고 싶었다. 딱히 꿈도 희망도 없이 쌀이나 축내면서 어디에도 쓸모없이 삶을 지탱하고 버티며, 누구하고도 대면하지 않고 몰래, 아주 몰래, 별 볼일 없이 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별볼일 없는 삶을 살지만, 그러니까, 이왕 별볼일 없는 삶을 살거라면 방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확인받지 못한 채, 고독에 힘겨워하면서, 쓸쓸함에 목놓아 울면서, 살고 싶었는데. 가진 거 없는 내게 무리한 꿈이었지. 먹고 살아야하니까, 사회에 내던져진채 살아야하는 시간은 왜 이리 많은가. 어디서부터 나는 잘못 살아왔을까. 

Posted by 난데없이낙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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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2. 13:27 from 카테고리 없음

악몽을 잔뜩 꾸고 일어나니, 마음이 힘겹다. 밤새 잠을 설쳐 몸이 힘든 건가.

계속 쫓기는 꿈. 도망치는 꿈, 간신히 도망치고 나서, 또 다시 갇히는 꿈. 어디에도 탈출구는 없는걸까,는 절망감이 들어도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고, 또 다른 이유로 가로막히고. 숨막히던 꿈이 끝났는데, 왜 눈을 떴는데도 여전히 숨이 막힐까.

 

무거운 몸을, 마음을 질질 끌고 일하러 왔다. 바쁜 일이 끝나서 밀린 상념이 몰아치는 건가. 모든 일에 손을 놓고 싶다. 다행이 오늘 처리해야할 일은 많지 않다. 누울 자리를 보고 자리를 뻗는다고, 우울도 마찬가지인지.

 

올 2월부터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작년부터 일하게 된 곳이었고, 종종 마주치던 곳이어서 부담감은 있었지만 낯설음 없이 일은 시작했다. 낯선 일도, 익숙한 일도 무리없는 선에서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나만의 사업을, 나만의 활동을, 나만의 역사를, 우리 단체에 이름으로 우리 단체의 역사로 우리 단체의 활동으로 만들어야하는데, 잘 안된다. 아니 잘 못하고 있다. 답답하다. 쫓기는 꿈이 아니라 도망치는 꿈이었나. 바꿀 수 없는 현실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사이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익숙한 우울에 빠졌다. 잘한 일도 칭찬할 일도 뿌듯한 일도 많았을텐데. 난 또 왜 이렇게 침잠한가.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무 의욕도 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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